Monday, December 28, 2015

[역사 이야기] 다 꽃 피우지 못한 해상왕국의 꿈, 장보고


최근 뉴스를 살펴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이슈 중 하나가 바다와 관련한 영토분쟁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독도를 둘러싼 공방이나 중국과 일본, 미국, 동남아 국가까지 엮여있는 남중해 문제도 풀리지 않는 갈등 중 하나다. 과거에는 우리가 밟고 사는 땅과 관련한 영토분쟁이 주를 이루었던 것과는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만큼 해양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국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해양에는 육지에서 고갈되어 가는 각종 자원이 풍부하고 해상을 이용한 안정된 운송로 확보를 위해서도 해양영토의 확보가 중요하다. 강대국들이 해군력 증강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 있다. 이런 주변국들의 해양영역 다툼 틈바구니에서 우리도 고군분투중이지만, 힘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우리의 현실과 달리 과거 통일신라 시대 우리 연근해 바다를 지배하며 중국과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 교역을 주도했던 인물이 있었다. 과거 드라마로도 소개됐던 장보고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골품제라는 신분제 사회였던 신라에서 평민 신분으로 태어나 해상 무역을 주도했던 지역의 실력자로 이름을 떨쳤던 입지전적이고 드라마 같은 삶을 산 인물이었다.






장보고가 태어나고 자라던 통일신라 시대는 혼란 그 자체였다. 삼국을 통일하고 평화시대를 연 신라는 이후 지도층의 권력다툼이 심화하면서 국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왕위를 둘러싼 정변이 계속 이어졌고 국가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했다. 그 사이 힘있는 귀족 등 권력자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빴고 더 많은 이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였다. 


이들에게 백성들은 그저 자신들의 부를 채워줄 착취의 대상일 뿐이었다. 당연히 민생은 점점 깊은 수렁에 빠졌다. 사회 곳곳에 비리가 난무했다. 백성들은 중앙 정부와 관리, 그리고 중앙의 통제가 느슨한 사이 힘을 얻은 지역의 호족들에게 2중 3중으로 수탈을 당하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백성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살기 위해 외국으로 목숨을 걸고 떠나기도 했다. 


장보고 역시 어린 나이에 신라를 떠나 당나라에서 새 희망을 찾았다. 어려서부터 궁술 등 무예가 능했던 장보고는 당나라의 용병군에 들어가 실력을 인정받고 장군의 칭호까지 얻었다. 당시만 해도 당나라는 국제 교역의 중심지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 국가였다. 당나라는 관직을 개방하는 등 이민족들에게 개방적인 정책을 펼쳤다. 장보고는 이런 당나라에서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하지만 장보고는 당나라가 반란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등 혼란에 빠지고 용병군이 폐지되는 와중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 장보고는 살기위해 떠났던 고국 신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당나라 장군 출신이라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일종의 증명서를 가지고 돌아갔다. 신라로 돌아온 장보고는 신라 왕실에 당시 해안지방을 수시로 약탈하던 해적 소탕을 이유로 이를 막을 군사거점을 마련할 것을 주장해 이를 관철했다. 


장보고는 자신들이 양성한 군대로 해적들의 격퇴하는 한편, 지금의 완도에 청해진이라는 일종의 해군 기지를 건설했다. 이곳에서 장보고는 당나라, 신라, 일본과 연계한 중계무역을 활발히 진행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강력한 군대가 주둔해 해적의 위협이 없었던 청해진은 동아시아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청해진의 성공을 바탕으로 장보고는 중앙정부도 무시할 수 없는 지역의 호족으로 자리했다. 독립적인 청해진 운영이 가능해지자 장보고는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는 등 독자적 세력 확장을 하는 한 편 당나라에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대했다. 사실상 그가 주도하는 해상왕국이 생긴 것이 다름없었다. 


장보고의 성공은 영원하지 않았다. 장보고의 강력한 힘은 필연적으로 당시 신라의 권력 다툼 속으로 그를 이끌었다. 장보고는 왕위 계승을 둘러싼 무력충돌에 개입했고 자신이 지지하는 왕을 옹립하는데 까지 성공했다. 그의 권력이 지역을 넘어 신라 중앙정치까지 주도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비대해진 권력을 염려한 왕과 반대파는 그를 은밀히 암살했고 장보고가 평생에 거쳐 이룩한 청해진 역시 순식간에 와해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846년의 일이었다. 


이렇게 장보고는 신분제 사회인 신라에서 이름도 없는 시골 소년에서 신라와 중국, 일본에까지 명성을 떨친 인물이 됐다. 혼란 스러운 신라의 정세가 그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장보고는 혼란한 신라의 정치 사항에 휘말리며 그의 해상왕국을 허무하게 잃고 말았다. 난세에 나타난 영웅의 안타까운 몰락이었다. 


이제 장보고는 역사에서 남은 기록과 흔적만 남은 청해진 유적지로만 그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인물이다. 만약 그가 어이없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는 건 강대국 사이에서 해양으로 뻗어 나가기 힘겹기만 한 우리 현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진, 글 : 심종열 

[2015 프로야구 리뷰] 해피엔딩으로 끝난 미라클 두산 스토리, 그 후


단일 리그제에서 1위부터 5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기회를 주는 우리 제도는 정규리그 1위 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 정규리그 1위 팀은 하위 성적 팀 중 사다리꼴 포스트시즌을 통과해 올라온 팀과 대결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준비로 힘을 비축한 정규리그 1위 팀은 접전을 펼치면서 만신창이가 된 도전자와의 대결은 1위 팀에 상당한 프리미엄이 된다. 실제 대부분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1위팀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하지만 절대적인 열세를 딛고 우승한 사례도 있다. 1992년 롯데, 2001년 두산이 준PO부터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했다. 그 이후에는 이런 우승의 기록은 더는 없었다. 그만큼 기다리는 팀들의 노하우가 더 많이 생겼고 포스트시즌이 치열해진 결과였다. 


2015시즌 두산은 앞선 두 번의 기억을 재현했다.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준PO에서 넥센, 플레이오프에서 NC를 차례로 누른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에 승리하며 기적과 같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2001시즌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었고 누구도 하지 못했던 준 PO부터 시작한 두 번째 우승 사레이기도 했다.






이런 두산의 우승을 두고 사람들은 미라클 두산이라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정규시즌보다 몇 배는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극심한 대결을 이겨낸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정규리그 순위가 무의미해지고 1위 삼성의 전력 약화때문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우승에 이른 두산의 포스트시즌 과정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이런 기적의 행진을 두산은 이미 2013시즌 한 차례 보여준 바 있다. 당시 두산도 준PO부터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고 상위 팀들과의 대결을 이겨냈고 올 시즌 대결한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두산은 이미 준PO,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쳐있었지만, 삼성에 3승 1패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었다. 기적과 같은 그들의 행보가 우승으로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5차전을 패배한 이후 두산은 내리 6차전과 7차전을 내주며 아쉽게 우승의 기억을 그들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이후 두산은 다수의 주력 선수들을 FA 시장에서 타 팀에 내준데 이어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진욱 감독 경질과 신임 감독 선임 등 급격한 팀 변화를 겪어야 했다. 그 변화는 팬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더 나은 성적이 아닌 하위권 추락이라는 시행착오로 이어졌고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 등 과감한 전력 보강에서 시작된 변화를 통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두산의 우승에는 화수분 야구로 일컬어지는 그들의 풍부한 인력풀에서 나오는 두꺼운 선수층과 이들 중 잠재력을 폭발시킨 선수들이 다수 등장한 것이 큰 요인이었다. 특히, 두산을 고심하게 했던 마운드에서 젊은 좌완 투수들이 다수 등장해 선발진과 불펜진을 강화했다. 이들은 장원준, 유희관과 더불어 좌완 투수 왕국을 이뤘다. 


이는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진 야수진과 조화를 이루며 상위권에 그들을 위치하게 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니퍼트와 이현승이 선발진과 마무리 투수로 자리하면서 마운드의 불안요소를 없앴고 포스트시즌 들어 타선의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단단한 전력을 구축했다. 여기에 정규리그 1위 삼성이 도박파문에 휩싸이며 전력이 약화되는 행운까지 겹치며 우승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두산은 시즌 후 열린 국제대회 프리미어 12회에서도 소속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대표팀의 우승을 일궈내며 팀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이 모든 것은 운이 작용했다고 하지만, 두산 특유의 뚝심 야구로 버티고 또 버텼기에 얻어낸 결과였다. 아울러 2013시즌의 아쉬움을 2년만에 떨쳐낸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우승 후 2013시즌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올 시즌 후 FA가 된 간판타자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하며 팀을 떠났다. 내부 FA 선수인 오재원, 고영민과의 협상도 아직 지지부진하다. 모기업이 자금난이 겹치면서 외국인 선수 계약과 기존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팀 우승으로 연봉인상 등 요인이 많지만,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차갑기만 하다. 


이렇게 두산이 우승의 기쁨을 계속 마음속에 간직하기에는 그들에게 닥친 현실이 만만치 않다. 자칫 2013시즌과 같이 팀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올 시즌 우승 후 챔피언 자리를 확실히 하려는 두산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할 수 있다. 당장 김현수가 빠진 전력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아야 하고 에이스 니퍼트와의 재계약 등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마무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오재원, 고영민과의 FA 협상도 미룰 수 없다. 


두산은 이 모든 문제를 내년 1월 중으로 마무리하려 하고 있지만, 올 시즌 성공 원인 중 하나가 김태형 신임감독 선임과 FA 장원준 영입 등 프런트의 과감하고 기민한 시즌 준비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안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상위권의 NC, 하위권인 한화, 롯데의 전력 보강이 확실히 이루어진 상황에서 두산의 스토브리그 행보는 챔피언 수성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두산으로서는 한층 어려워진 여건에서 최대한의 결과물을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이 올 시즌 우승을 발판으로 강팀으로 다시 확고하게 자리할 수 있을지 여러 부정적 변수에 의해 추락하게될지 우승으로 귀결된 미라클 두산 스토리 그 이후가 힘겹게 이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Sunday, December 27, 2015

[프로야구] 긴 영광 뒤 찾아온 시련의 시대 맞이한 삼성 라이온즈


최근 5년간 우리 프로야구에서 최강팀은 단연 삼성 라이온즈였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올 시즌에도 무난히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5년 연속 이어 정규리그 우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더해  한국시리즈 5년 연속 우승의 또 다른 기록 달성도 앞두고 있었다. 마침 올해는 5위까지 포스트시즌이 주어지는 제도 변경으로 정규리그 1위 팀이 더 유리한 자리에 있었다. 


이런 삼성을 상대할 두산은 준PO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체력소모가 극심한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삼성의 절대 우위가 예상되는 한국시리즈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았던 변수가 난공불락 같았던 삼성을 흔들었다.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시점에 터진 삼성 소속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삼성은 팀 투수진의 주축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사건이 연루되면서 팀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윤성환은 팀 주축 선발투수였고 안지만은 국가대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불펜 투수였다. 임창용은 지난해 부진을 씻고 팀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로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이 세 선수가 사건에 연루됐고 삼성은 이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했다. 당연히 전력 약화는 불가피했다. 



삼성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대 역전승으로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팀의 저력을 발휘하는 듯 보였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준PO부터 놀라운 집중력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린 두산의 기세에 밀려 내리 연패를 하면서 우승을 내줘야 했다. 우려대로 주축 투수들의 전력 이탈이 발목을 잡았다. 이를 만회할 타선마저 두산의 강력한 선발진에 힘을 잃으면서 삼성은 무기력한 패배를 이어가고 말았다. 결과는 5년 연속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 실패였다. 


삼성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내고도 올 시즌 패배로 기록되고 말았다. 외적 변수가 악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삼성의 아쉬움은 더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삼성은 이어진 스토브리그에서 FA가 된 중심 타자 박석민을 잔류시키지 못하고 그의 NC행을 지켜봐야 했다. 4년간 최대 96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한 NC의 공격적인 투자가 큰 요인이었지만, 내부 FA 잔류에 대부분 성공했던 삼성으로서는 1군 진입 3년에 불과한 신생팀에 중심 선수를 빼앗긴 현실이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삼성의 시련은 계속됐다. 삼성의 수호신으로 리그를 대표했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마저 원정 도박에 연루된 사실이 불거지면서 삼성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가 일본 리그에서 진출한 상황이긴 했지만, 삼성의 상승과 같았던 그의 사건 연루는 큰 충격이었다. 


여기에 삼성은 2년간 팀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외국인 타자 나바로와의 재계약마저 불발되면서 전력 약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삼성은 올 시즌 함께 했던 외국인 투수 2명의 재계약을 포기한 데 이어 잡아야 할 선수였던 나바로마저 떠나보내며 외국인 선수 구성을 원점에서 새롭게 해야하게 됐다. 특히, 나바로와이 이별은 먼저 팀을 떠난 박석민과 더불어 팀에 부족한 우타 거포의 상실을 의미했다. 삼성은 내년 시즌 당장 중심 타서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들의 빠진 3루와 2루의 공백을 수비에서 메울 수는 있지만, 30홈런, 100타점 이상이 가능한 두 타자의 공격력은 당장 대체 불가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외국인 새로운 외국인 투수 두 명과 계약했지만, 타 팀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외국인 타자 역시 나바로급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으로서는 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채 내년 시즌에 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야구단은 제일기획으로 관리를 이관하면서 자생력을 갖춘 구단으로 변모시킨다는 정책 기조 변화는 막대한 투자를 불가능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변화과정에 삼성은 박석민, 나바로에 큰 배팅을 하지 못했다. 삼성은 그동안 강점이었던 내부 육성강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전력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이지만, 최강팀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시즌 새로운 홈 구장에서 구단의 새 역사를 써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그 시작이 만만치 않아졌다


지난 5년간 삼성은 절대 강자였고 구단 운영 또한 효과적인 투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스타를 키워냈고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올 시즌 삼성은 신인왕 구자욱을 비롯해 팀 주축 선수로 성장한 내야수 김상수, 새로운 도루왕으로 자리한 박해민 등 젊은 선수들이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신.구의 조화가 가능했다. 문제는 급격한 전력 약화가 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떠난 선수들은 어쩔 수 없지만, 마무리 임창용은 사실상 은퇴가 불가피하고 동계 훈련 명단에 포함되긴 했지만, 윤성환, 안지만 두 주력 투수들의 내년 시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런 마운드의 불안감은 내년 시즌 삼성의 가장 큰 불안요소다. 삼성으로서는 내년 시즌 준비 기간 투.타에서 대안을 빠르게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전력 약화를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 삼성은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이렇게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는 삼성이지만, 삼성 라이온즈라는 이름에는 왠지 모를 힘이 느껴진다. 삼성은 이미 리빌딩을 거쳐 강팀이 된 이력이 있다. 이번 시련이 어쩌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풍족한 팜에서 나오는 젊은 선수들이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낸다면 또 한번 리빌딩의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올 시즌 후 삼성의 정책 방향도 내부 육성과 구단 운영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확실히 정해져있다. 


삼성이 지금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홈 구장을 비롯한 선수구성 등에서 큰 변화기에 있는 그들에게는 올 시즌의 아픈 기억들이 새롭게 강팀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자양분으로 작용할지 힘겨운 시련의 시작을 암시하는 것이 될지 주목된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Friday, December 25, 2015

[프로야구] 최고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메이저리거 김현수


야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하지만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는 닿기 힘든 미지의 세계와 같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구자인 박찬호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에게 생소하기만 하던 리그를 텔레비젼 중계로 지켜보면서 박찬호를 응원했고 그의 소속팀까지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가 늘어갔고 이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인식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는 우리에게 친숙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KBO 리그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포스팅 절차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을 시작으로 강정호, 박병호가 그 뒤를 따랐고 이번에는 FA 자격을 얻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김현수는 FA 선수 중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사례로 우리 야구사에 남은 기념비적인 일이 됐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계약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 그가 2006시즌 입단 당시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한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계약금도 없고 선수 등록이 되지 않는 불안한 입지에 있던 고졸 선수의 성공 스토리는 놀라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김현수의 장점은 꾸준함이었다. 2007시즌 본격적으로 1군 선수로 활동한 김현수는 2008시즌 0.357의 타율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교타자로 자리한 데 이어 2009시즌 역시 0.357의 타율에 23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정확성과 장타력까지 겸비한 타자로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현수는 2012시즌 부상이 겹치며 0.291의 타율로 다소 주춤한 것 외에는 모든 시즌에서 3할을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타격감을 과시했다. 


올 시즌에는 0.326의 타율에 28홈런, 121타점에 5할이 넘는 장타율과 4할을 넘긴 출루율로 MVP급 활약을 했다. 테임즈, 박병호라는 두 거포에 가려지긴 했지만, 김현수는 다재다능함을 과시하며 FA를 앞두고 그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그에게 따라붙었던 포스트시즌에 약하는 꼬리표까지 소속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떼며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이런 타격 능력에 김현수는 외야와 1루를 오가며 수비에서도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감을 유지하며 공수를 겸비한 선수이기도 했다. 


타격 기계라 불릴 정도로 한결같음을 유지한 최고 타자 김현수가 FA 자격 취득했다는 건 사상 최대 계약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속팀 두수 역시 그의 잔류를 위해 FA 최고 대우 보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더 큰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특히, 시즌 후 프리미어 12 맹활약과 MVP 수상은 그에 대한 해외리그의 관심을 더 끌어올렸다. 


이전까지 김현수는 올 시즌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홈런왕 박병호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져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자원의 비교적 풍족한 외야수라는 점도 수요자를 줄어들게 했다. 김현수는 프리미어 12에서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다수의 구단에서 그를 주목하게 했다. 사실 김현수는 그동안 국제경기에서도 국내 리그 못지 않은 활약을 했고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큰 역할을 했다. 프리미어 12는 김현수의 기량을 확실히 검증하는 기회였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팀들과 협상을 시작한 김현수는 한때 계약의 난항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볼티모어와 2년에 700만 달러라는 좋은 조건의 계약을 하면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좌타자에 친화적인 홈구장이 있는 볼티모어는 좌타 외야수가 필요했고 김현수는 그 조건에 부합했다. 그가 외야와 1루수 소화가 가능한 멀티 능력이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였다. 김현수는 2년이라는 단기 계약이지만, 주전이 보장된 계약을 했고 아직 20대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2년간 기량을 입증하면 대형 계약을 이끌어낼 기회를 잡았다. 


김현수는 포스팅을 거치지 않으면서 금액만 놓고 본다면 앞서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두 명의 야수 강정호, 박병호보다 더 나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FA 라는 신분이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컸지만, 이런 조건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그의 실적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김현수는 KBO 리그의 가장 밑에서 성장해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리그로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어냈고 프로야구 선수로서 그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생애 최고의 전성기에 그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떠난다는 사실은 분명 큰 아쉬움이다. 소속팀 두산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간판타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 남았다면 최고 대우를 받으며 편안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김현수의 도전은 분명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우리 리그에서 보여준 그의 성실함과 부상도 아랑곳하지 않은 근성, 기복 없는 공수 활약을 이어간다면 더 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김현수가 2년 후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지 메이저리거 김현수의 앞으로 활약이 궁금해진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Thursday, December 24, 2015

[2015 프로야구 리뷰] 강팀 도약 성공, 초고속 성장 NC 다이노스


무슨 일이든 남보다 늦게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건 큰 핸디캡이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선수단 규모가 상당하고 이를 관리할 노하우와 자금력 등등 갖춰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뛰어든 NC는 단기간 내에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2013시즌 1군에 처음 발걸음을 내디딜 때만 해도 NC는 수준차를 보이며 고전했다. 나름 다양한 루트로 선수를 보강하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공을 들였지만, 장기 레이스를 처음 경험하는 팀 NC는 곳곳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3시즌의 경험은 NC에 보약이 됐다. NC는 한 시즌의 경험을 토대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전력을 강화했다. 과감한 FA 영입으로 팀에 필요한 경험을 채웠고 신생팀의 이점을 살려 영입한 유망주들이 하나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풀 타임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4시즌 NC는 정규리그 3위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비록 준PO에서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신생팀의 티를 채 벗지 않은 NC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성과였다. 





(리그를 지배했던 외국인 타자 테임즈)



이를 바탕으로 NC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상위권에 자리한 NC는 그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결과는 정규리그 2위였다. 1군 진입 3년 만에 NC는 강팀으로 확실히 자리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쉬움을 남겼다. 


정규리그 2위로 충분한 휴식기를 가졌던 NC는 플레이오프에서 준PO를 거쳐 올라온 두산에서 전체 전적 2승 3패로 밀리며 한국시리즈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마침 정규리그 1위 삼성이 원정도박 스캔들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음을 고려하면 플레이오프 승리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하는 과정일 수 있었다. 하지만 NC는 자신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의 우승과정을 지켜보면서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결국,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도 NC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3위로 기록됐다. 


포스트시즌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지 못했지만, 올 시즌 NC 야구는 투.타에서 상위권 팀으로 손색이 없는 내용이었다.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외국인 타자 테임즈를 중심으로 한 타선은 타 팀에서 공포 그 자체였고 다승 1위를 차지한 외국인 투수 해커를 중심으한 마운드 역시 단단했다. 수비 역시 내야에는 베테랑 손시헌이 외야에는 이종욱이 중심이 되면선 안정감을 유지했다. 포수 부문도 주전 포수 김태군이 든든히 자리를 지키면서 타 팀에 밀리지 않았다. 


이에 더해 NC는 기민한 구단 운영으로 팀에 필요한 부분을 채웠다. 시즌 중반 부진한 외국인 투수 찰리를 스튜어트로 교체하면서 마운드 불안을 빠르게 해소했다. 경험 많은 포수 용덕한을 kt와의 트레이드로 시즌 중 영입해 주전 포수 김태군의 체력 부담을 덜어줬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 김진성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대체 마무리 임창민으로 빠르게 이를 대체하며 불펜 불안을 최소화했다. 새롭게 마무리 투수로 자리한 임창민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리그 최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한 데 이어 프리미어 12 대표로도 선발되어 대표팀의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런 긍정의 퍼즐들이 모여 NC는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단단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NC는 리그를 대표할 스타급 선수도 다수 만들어냈다. 외국인 타자 테임즈는 리그를 평정했고 나성범은 공수주를 겸비한 좌타자로 자리했다. 박민우, 김정호는 도루 부분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최고령 포스트시즌 선발승에 빛나는 손민한은 NC에서 재기 스토리를 완성했고 이호준은 불혹의 거포로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NC는 긍정의 스토리를 올 시즌 무수히 많이 써내려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NC는 시즌 후 전력 강화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FA 시장에서 거포 내야수 박석민을 영입하면서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NC 야수진에서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3루수 자리를 박석민으로 채우면서 NC는 타선의 완성도를 더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큰 활약을 했던 외국인 선수 테임즈, 해커, 스튜어트를 모두 잔류시키면서 전력 누수를 막았다. 10승의 선발 투수 손민한의 은퇴 변수가 있지만, 다수의 유망주 투수들이 있어 그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에 이어 내년 시즌 역시 기대가 될 수밖에 없는 NC다.


창단이 후 해마다 발전을 거듭했던 NC였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유기적이고 긍정적인 조화가 이뤄낸 성과들이었다. 내년 시즌에는 상위권 팀들의 전력 약세와 맞물리며 우승의 야망도 결코 꿈이 아닌 상황이 됐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NC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의 아쉬움마저 떨쳐낼 수 있는 2016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사진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Wednesday, December 23, 2015

계절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작품, 곶감 이모저모



늦가을이 되면 가장 생각나는 과일은 감인데요.
감나무에 열린 주홍색의 열매는 늦가을을 상징하는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이 감들을 잘 말리면 겨울의 별미 곶감으로 재탄생 하기도 
하고요. 







가을비가 내리던 날 담은 감나무 열매,
비를 맞고 서 있는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확한 감들을 잘 깍고 손질하면









덕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곶감으로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도 장관이더군요. 







경남 산청에 가면 도넛 모양의 곶감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곶감은 계절의 변화가 사람들이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집니다.

흔치 않기에 더 소중할 수밖에 없는 곶감이네요.


사진, 글 : 심종열 (Jongyoul, Shim)





[2015 프로야구 리뷰] 넥센 히어로즈, 황금세대들을 떠나보내며


지난 년간 프로야구에서 가장 극적인 시간을 보냈던 팀은 단연 넥센이었다. 넥센은 그 전신인 현대시절 영광을 뒤로하고 극심한 자금난에 존립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험난한 시간을 지나 기존 프로야구팀과 다른 신개념 프로야구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넥센은 선수단 운영이 안정을 찾자 실적에 입각한 과감한 연봉 계약으로 기존 연봉협상의 공식을 깨는 한편, 성공적인 트레이드와 효과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 꾸준한 내부 선수 육성으로 강한 팀으로 거듭났다. 넥센은 노력은 최근 3년간 결실을 맺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강팀으로 발돋움했다. 2013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넥센은 가을야구의 주역이었다. 2014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팀 삼성과 접전을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팀 성적과 더불어 넥센은 우리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연속해서 성공한 강정호, 박병호는 넥센이 키워낸 대표적 스타였다. 이에 더해 시즌 200안타 대기록을 작성한 서건창과 늦깎이 성공시대를 연 외야수 유한준,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거포 내야수 김민성도 3루수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선수가 됐다. 올 해에는 김하성이라는 대형 내야수를 발굴해 리그에서 주목받는 선수로 성장시켰다. 





(변혁기 넥센 이끌어야 하는 서건창)



마운드에서도 넥센은 세이브왕 손승락을 비롯 젊은 투수 한현희, 조상우가 리그 탑 클래스의 불펜투수로 자리했다. 이에 더해 넥센은 외국인 선수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넥센은 코치로 돌아온 나이트는 2012시즌 MVP급 활약을 펼쳤고, 밴헤켄은 2012시즌부터 4시즌 동안 10승 이상을 기록하는 꾸준함 속에 2014시즌 시즌 20승이라는 빛나는 성적을 남겼다.


이렇게 지난 3년간 빛나는 시간을 보낸 넥센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4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 넥센은 홈런왕 박병호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공격력을 바탕으로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마운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넥센은 한 때 선수권을 위협하는 팀이었지만, 점점 순위가 밀렸고 신설된 와일드카드전을 치러야 했다. 와일드카드전에서의 전력 소모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전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렇게 포스트시즌 패배의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넥센은 주력 선수 상당수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강정호에 이어 팀의 간판 타자 박병호가 포스팅 절차를 거쳐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했고 FA시장에서 주력 타자 유한준과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잃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넥센은 4년간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벤헤켄도 일본 팀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모두 한정된 예산에 따른 불가피한 이별이었다. 재정적으로 안정됐다고 하지만 넥센은 모기업 지원이 없이 자체 생존을 해야 하는 구단이다. 폭등하는 FA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었다. 


넥센은 주력 선수들이 떠나면서 남겨준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지만, 전력 약화라는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자체 육성 강화로 이를 메우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지만, 리그 최상급 타자와 투수들이 빠진 자리를 단기간에 메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지난 3년간 그들이 누려왔던 강팀으로서의 황금기가 끝났음을 의미하고 있다. 


전력 약화극복과 더불어 넥센은 고척돔으로의 홈구장 이전과 정착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는 고척돔 사용에 따른 서울시와의 협의가 남아있고 새로운 홈구장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이에 맞는 리그 운영방안 마련이 급해졌다. 당장 이전 목동구장에 비해 장타가 덜 나올것이 예상되는 구장 사정은 거포들의 대거 이탈과 맞물려 넥센의 트레이드마크인 빅볼야구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넥센으로서는 경기력 유지를 위한 내부 선수 육성과 더불어 새로운 홈구장 안착을 모두 이루어야 하는 상황이다. 넥센이 스토브리그 동안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선수 영입에 사용하지 못한 것도 변화한 환경과 팀 사정에 따른 구단 운영 정책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냉정히 전력을 평가하면 당분간 넥센은 상위권과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넥센으로서는 지난 3년간의 전력을 다시 구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그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금세대들을 추억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없다. 그동안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딛고 일어났던 넥센이다. 그들에게 닥친 또 다른 위기를 다시 한 번 또 다른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