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0, 2015
[드라마 펀치 마지막회] 권력자들의 위선에 통렬한 펀치를 날리다.
박정환은 이호성 차의 블랙박스에서 윤지숙 특검의 아내 신하경에 대한 살인 미수 범죄를 입증한 블랙박스 자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박정환은 마지막 힘을 짜내 달려 이호성의 추격을 뿌리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정환은 병원이 아닌 검찰청 취조실로 돌아와야 했다.
그에게 외부로의 연락 방법은 없었다. 윤지숙 특검과 이호성은 생이 얼마 안남은 박정환을 취조실에 가두고 이태준 총장의 구속에 주력했다. 박정환은 그가 확보한 윤지숙 범죄 증거에 대해 끝까지 함구하며 저항했다. 하지만 그의 삶의 불꽃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다. 그 시각 아내 신하경이 위독한 상항에 빠져 있는 소식이 들렸다. 박정환은 마음이 급했다.
박정환은 당장 심장 이식이 필요한 신하경에 가야 했다. 그는 그의 생을 더 연장할 수 있는 진통제 주사를 포기했다. 그는 극심한 쇼크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는 임종을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렇게 박정환의 죽음의 순간까지 완성하려 했던 정의 구현은 미완성으로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박정환은 죽어가면서까지 반전의 한수를 두었다. 그는 앞으로 전개될 상활을 예측하고 있었다. 박정환은 그가 확보한 증거물을 이태준 총장에 전달할 수 있는 묘책을 만들었다. 박정환은 윤지숙의 살인미수 증거영상이 담긴 블랙박스 메모리를 이호성이 가지고 있던 이태준 총장 퇴임사 서류에 넣었다. 그는 이호성이 그 자료를 의심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그의 예상대로 이호성은 다음 날, 이태준 총장의 퇴임사가 들어있는 서류를 이태준 총장에 넘기며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 박정환이 윤지숙 특검의 범죄 증거를 가지고 오기만을 기다리던 이태준 총장은 그에 대한 검찰 내부에 언론의 자신 사퇴 압박에도 자리를 지키는 중이었다. 하지만 박정환이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현실을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떼 그에게 극적으로 전달된 증거물은 그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태준 총장은 윤지숙 특검을 살인미수 협의로 체포하는 결재서에 서명을 하고 특검의 구속수사에 응했다. 검찰 권력을 향한 이태준과 윤지숙이 길었던 대결은 박정환의 바람대로 두 사람 모두의 파멸로 귀결됐다. 그에 부수적으로 이태준과 연루된 비리 인사들의 단죄가 이루어졌고 사회 지도층들의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불러올 수 있었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박정환은 그의 딸이 살아갈 세상이 좀 더 깨끗하고 정의로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울러 그의 죽음과 함께 그의 심장이 아내 신하경에 이식되며 가족의 행복도 지킬 수 있었다. 박정환으로서는 그가 삶의 마감하기 전 이루고자 했던 일들을 이루고 편안하게 떠날 수 있었다.
박정환은 그 역시 이태준 총장과의 협력 과정에서 상당한 비리에 연루됐고 정의로운 삶을 산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알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질 방법을 찾았고 그가 손을 잡았던 악인들을 응징하기로 결심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그는 삶의 끝자락까지 이를 위해 고군분투했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를 통해 박정환은 자신의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권력자들이 법위에 군림하는 현실에서 그들의 잘못을 일반 국민들이 단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어쩌다 그런 기회가 있더라도 그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금새 제 위치로 돌아오곤 한다. 그들은 항상 사회 정의를 외치고 민심에 따르겠다는 말을 하지만, 그 삶은 정 반대다. 그들에게 만인에 평등한 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타인의 죄에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태준이 그랬고 윤지숙도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태준과 윤지숙 같은 위선을 가득한 인물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한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펀치의 주인공 박정환은 소시민들이 하고 싶었던 권력자들의 위선과 가식에 대한 멋진 카운트 펀치를 날린 인물이었다. 시청자들은 불가능이 현실이 된 드라마에 절로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박정환이 이태준, 윤지숙을 권력에서 몰아내고 단죄를 했지만, 비리의 구조는 여전하고 또 다른 이태준, 윤지숙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박정환이 그의 마지막 삶을 담보로 만들어낸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완성하는 것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펀치는 우리 사회, 그중에도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이들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많은 이들은 이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드라마 펀치는 계속된 반전에 지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였다. 각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도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호평이 가득한 드라마 펀치는 마무리에서 연이은 방송사고로 오점을 남겼다. 결말의 감동과 여운을 깨는 방송사의 실수는 드라마 막바지 생방송 촬영과 편집이 이어지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이런 아쉬움에도 드라마 펀치는 삼각관계, 재벌3세가 등장하는 흥행 공식을 탈피한 독특한 색깔이 있는 드라마임에 틀림없었다.
사진,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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