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9, 2015

[역사 이야기] 조선 건국의 도화선 된 사건, 위화도 회군



고려 말과 조선 건국시기 가장 극적이 사건은 위화도 회군이었다. 1388년 일어난 이 사건으로 고려는 돌이킬 수 없는 패망의 길을 가야 했다. 당시 요동정벌이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출전했던 원정군은 압록강 한가운데 자리한 위화도에서 말머리를 돌렸다. 고려의 부흥을 위해 군사를 일으켰던 것이 도리어 고려의 마지막을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고려의 최고 권력자는 최영이었다. 최영은 이성계와 함께 절대 권력자 이인임을 몰아내고 국정을 주도했다. 최영은 원나라를 몰아내고 중원을 통일한 명나라의 계속된 압박에 대결을 선택했다. 아직 내부 정비가 덜 된 명나라의 사정을 고려할 때 요동은 아직 그 주인이 명확하지 않았다. 최영은 그 틈을 노려 요동에 대한 고려의 지배권을 강화하고 자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살리려 했다.



물론, 그 저변에는 ​사병을 다수 거느리고 있던 무장세력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었다. 원정이 성공한다면 명나라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실패하더라도 원정에 참여한 무장세력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강직한 최영의 성품이라면 전자를 더 원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하지만 요동정벌은 내부의 큰 반발을 감수해야 했다. 가뜩이나 국가 재정이 부족하고 일반 백성들의 삶이 힘든 상황에서 군사를 일으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심지어 출전하는 장수들도 이에 반대했다. 이성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최영은 자신의 총 책임자가 되고 이성계와 조민수에게 원정군을 나눠 맡게 했다. 만일을 대비한 조치였다.​



이성계는 출전과정에서 4대 불가론을 들어 회군을 거듭 요청했다. 첫째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스르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여름철 농번기에 군사를 일으키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셋째는 모든 역량을 요동정벌에 쏟아붓는 사이 왜구 등 왜적의 침입이 우려되며 넷째는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탓에 활이 약해지고 전염병 등이 돌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4대 불가론은 당시 ​고려 국정의 중요한 축이었던 신진사대부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성계의 권력이 최영 못지않게 강한 탓도 있었지만, 명나라에 대한 사대를 외교의 근본으로 삼고 있었던 그들에게 명나라에 맞서는 요동정벌은 탐탁지 않았다. 신진사대부 세력의 지지는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결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이러한 조정의 반대 여론 속에 출전한 원정군은 계속된 비로 발이 묶여 있었다. 최영은 그들의 요동 진격을 독려했지만, 군사들의 실질적인 지휘는 이성계와 조민수의 몫이었다. 이성계는 조민수를 설득해 회군을 강행했다. 사실상의 군사정변이었다. 최영과 우왕은 반란군에 마지막까지 맞섰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우왕과 최영을 사로잡은 이성계는 우왕을 폐위하고 최영은 유배지에서 사사했다.




이후 이성계는 함께 회군을 주도한 조민수마저 제거하며 정치적으로 그 입지를 단단하게 했다. 이성계는 우왕에 이어 왕위에 올랐던 그의 아들 창왕마저 페위시키고 공양왕을 왕위에 올려 홀로 국정을 주도했다. 그를 견제할 정치 세력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위화도 회군이라는 사건이 불러온 결과였다. ​



이후 고려는 ​새 나라를 세우려는 강경파 신진사대부에 의해 국정이 주도되었고 왕씨에서 이씨로 왕조가 바뀌는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고려를 지키려는 정몽주를 비롯한 온건파 사대부들의 마지막 시도 역시 역부족이었다. 만약 위화도 회군이 없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고려의 실권을 이성계를 비롯한 신흥세력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멸망의 시간만 조금 늦췄을 가능성이 높다. 위화도 회군은 왕조교체 시기를 조금 앞당긴 계기가 되었을 뿐이었다. ​왕조 교체를 원하던 세력에 반정의 빌미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위화도 회군은 고려의 부흥을 위한 시도가 고려의 멸망을 재촉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진,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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